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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희의 팔도유람기]부산 편,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 장태희의 부산 출장기

기사 등록 2017-03-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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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혜진기자]이번 편은 부산 해운대 조선 비치 호텔에서의 공연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 장태희의 출장길, 그리고 젊은 예술가인 그의 터전 꿈의도시 Seoul Land의 이야기다.

올해초 가족여행을 보냈던 조선 비치 호텔에서 공연이 잡혔다. 전국에서 고층 빌딩이 가장 많은 부산. 급변화 된 해운대에서 초가 삼간이 돼 버린 그 곳이라지만, 동백섬을 끼고 있고 해변의 전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변하지 않는 클래식함이 세월이 갈수록 찾게 되는 그 곳에서의 공연이라 더 반가웠다.

백댄서 친구들 4명을 태우고 나의 하이리무진 카니발은 먼저 출발했고 한 덩치 한 롱다리 하는 나는 SRT 고속철도를 이용해보기로.

특별한 사람이라고 멋지게 특실을 예매해 출장 가는 기분까지 낸다고 아끼던 바바리까지 꺼내 입었다.

이런, 자리를 가보니 마스크를 하고 연신 독한 재채기를 해대는 환자 아닌 환자 아저씨의 옆자리였다.

순간 갈등이 됐지. 이번 주 중요한 스케줄이 많은데 감기라도 옮으면 어떡하지? 승무원에게 다른 자리를 부탁했고 강력하게 어필했더니 “저기 진짜 넓은 자리가 한 곳 있는데 일반실입니다. 괜찮으시겠어요?”라고 했다. 나는 “당연히 넓은 자리 부탁해요.”라고 말해 자리를 옮겼다.

따라들어 간 후, 승무원과 나는 서로 숨도 못 쉬게 웃고 말았다. 이보다 넓을 수는 없는 자리. 특별한 사람이라고 특실 예매했더니 더 특별한 자리서 세상 편하게 온 것이다. 내 집같이 편한 공연장에 도착해 일행을 만나 짐을 풀고 행사 인원파악, 연령대 분위기 등을 고려해 레파토리를 정하고 준비에 나선다.

“장태희씨! 오늘 잘 부탁합니다”
“아이고 좋은날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사를 주고받는다.

사회자의 멘트. 가슴이 아주 따뜻하신 분입니다. 나는 뒤에서 큰소리로 얘기한다.
“뭐라케싼노 우회적으로 매력을 잘 어필하시네잉. 가슴이 따뜻하다 못해 뜨겁다 아이가”
음악이 나오고 묵직하게 걸어 나간다. 나의 멘트는 사실을 바탕으로 공감대의 유머를 선사한다.

“여러분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다리가 가장 튼튼한 여자가수를 실제로 보고 계십니다. 맞습니까?”
“우와!”
“운동 하십시오. 하체는 살아가는 힘이요. 에너지 탱크입니다”
“우와!”
거의 교주 수준으로 박수를 끌어낸다.

무대에서는 섹시한 장태희가 무대 밑에서는 ‘귀요미 태희’인 것을 확인시켜드리는 순간, 그 많은 테이블에 다 와달라고 러브콜이 쏟아진다.

“참 어디를 가나 며느리 제의 많은데요. 저희 작곡가 선생님이요. 체격이 좋고 큼직큼직한 여자가 가정 잘 지키고 남편 잘 섬기고 자식도 잘 키우고요 일부종사 한다 카든데요” 그 순간 저기 먼발치서 여장군 같으신 한분이 격렬하게 박수를 친다. 믿거나 말거나. 이건 뭐 운동화 신고 뛰어다닐 판이네. 함께하는 시간 끝없는 앵콜을 받아내고 나이를 가늠 못할 끈적한 블루스 한곡을 선사한다.

“대전 블루스 다다음주 텔레비전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데 여러분은 먼저 들으시는 겁니데이”
‘잘 있거라’하는데 무대서 터지는 비눗방울이 입에 한가득 들어가 비눗물을 머금고 입에 거품나오게 열창을 해버렸다. 보기 만해도 건강해지는 것 같다는 얼굴이 새빨개진 어르신이 엄지를 척 하며 박수를 주신다.

나는 이렇게 어느 순간 무대에서 놀게 됐다. 3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멋지게 바바리 털어 걸치고 다시 부산 역으로 출발. 수많은 비즈니스맨들 사이로 그 난리를 치고 유유히 걸어 들어가는데 서울-부산 출퇴근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백댄서 친구들이 있 더 빛날 수 있던 시간들.

한 번은 친구들에게 “내 무대를 빛내줘서 고마워요. 멋진 춤사위에 귀한 걸음 감사합니다”하고 문자와 무용하는 모습의 사진을 보낸 적이 있다. 한 친구는 “그동안 수많은 가수들의 공연을 함께 했는데 이렇게 손수 사진도 찍어서 이런 문자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감동했다”는 답장을 받았다.

나는 그룹이 아니기에 늘 혼자 대기하고 혼자 다녀서 그런지 댄서 친구들을 보면 학창시절도 생각이 나고 장난기도 발동하고 더 큰 에너지를 그들에게 얻는다.

“어머나 이쁜아. 니는 눈썹이 우예 그래 이뿌노잉? 수양버들가지 같다. 입술은 완전 앵두네. 립스틱 좀 줘 봐라. 내도 그래 이뻐질랑가? 한 번 발라보자잉. 니는 참말로 인천공항라운지 유리상자 안에 있는 한국 인형 같다야”
“이쁜아. 니는 오늘 환타색 바지 어디서 샀노. 상큼하다잉”
“시상에나 단장님요. 가시같이 다리가 그래 가늘어서 우짭니까? 절대 내 옆에는 서지마이소”
디테일한 관심과 유머로 늘 화기애애한 시간이다. 나처럼 왕복 9시간을 무대 하나 보고 뛰어온 청춘들. 춤에, 젊음의 값진 땀방울로 열정을 태우는 멋진 댄서.

얼마 전 본 영화 라라랜드가 생각났다.

꿈을 위해 도시로 몰려든 청춘들의 이야기. 라라랜드는 LA(Los Angeles)애칭이자 별명같이 붙여진 말이다. ‘남녀 커플끼리 보는 영화인가?’라고 생각했지만 혼자 봤을 때 더 큰 감흥이 오는 영화였다. 음악이 없이는 설명이 안돼. 여주인공 미아는 음악소리에 매료되어 홀린 듯 들어간 바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던 세바스찬을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의 첫만남.

꿈을 포기하려 할 때, 용기를 주며 서로를 격려하던 연인. 서로의 예술을 좋아했고 지지했기에 경제력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전통 재즈를 고집하던 남자는 우연히 여자의 통화소리를 듣고 고집과 꿈을 접고 밴드 계약을 하며 현실을 택하게 된다. 그러나 여자는 같이 그렸던 꿈을 포기한 남자에게 실망 한다. 안타까웠다.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때.

O.헨리의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이 생각이 났다. 아내는 아끼던 금발머리를 잘라 남편의 시곗줄을 샀고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핀과 머리빗을 샀지. 서로의 가장 아끼는 것을 팔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할 모습을 생각하며 설렜던 부부는 선물은 무용지물이 됐어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었다는 젊고 가난했지만 진실한 사랑 이야기. 선물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메시지가 담긴 책이다.

어떻게 보면 이미 서로에게 서로가 최고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하늘에서 무슨 복을 주겠어.
‘너가 내게 만복이야. 너는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야. 서로가 서로를 생각 하는 것. 그 얼굴이 내 얼굴인지 알고 사는 것. 나보다 너를 사랑 하는거야. 얘기하지 않고 난 너의 집 앞에 갔는데 알고 보니 너는 우리 집 앞에 와 있던거야’

그 시절의 순수를. 그 시절의 추억을 깨우는 영화 라라랜드. 남녀주인공이 두 손 잡고 빛에 어우러져 춤추는 꿈같은 장면은 마치 라스베이거스 쇼 ‘Le Reve’ 의 한 장면. 마카오 쇼 ‘The House of Dancing Water’ 쇼의 한 장면이 연상이 되는 듯 했다.

내용은 러브스토리지만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던 건 처음이었거든. 마지막 여주인공이 남편과 함께 찾아들어간 그 카페에서 재회해 그들은 서로 눈을 바라보며 무언이지만 눈빛으로 대화하는 장면은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명장면이다.

그때 단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만약 if 했다면, 함께하자 그려왔던 미래 그들이 교감했던 연주 속에 수많은 if의 장면들. 꿈과 현실. 한번쯤은 젊음을 밑천으로 도전적인 삶을 살아봤던 파란청춘이 있는가? 식당서 우연히 나온 고추를 보고 펼쳐놓고 익어가는 것이 뭔지 생각했다.

‘유행가 노랫말에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 가는 겁니다’ 그게 이 소리인가. 빨리 익고 싶었는데 이제 제대로 익어가고 싶다. 엔터테인먼트, 환대, 오락 즐겁게 해주는 것이 연예, 여흥, 우리는 수많은 예술에 스승이 있고 트레이너들도 있지만 예전에는 타고난 엔터테이너들이 많았다고 한다. 연기를 배워본 적이 없이, 노래를 배워본 적이 없이 그렇게 광고모델이 되고 스타가 돼, 자꾸 하다 보니 하게 됐고 다듬어져나간 케이스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 옛날, 7~90년대 배우 모델 가수들은 정말이지 개성이 뚜렷하고 참 멋이 있었단 말이지. 그것은 천부적인 끼였을지도. 화장도 의상도 매니저는 가족이 하기도 했던. 혼자서도 다하기도 했던 시절도 있었다는데 지금의 엔터는 명문대를 졸업한 명석한 실무진들이 투입이 돼 다양한 문화콘텐츠 사업이 강화되고 극대화 돼 사업, 기획, 마케팅, 광고, 재무회계, 디자인을 총망라해 토탈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그렇게 철저한 시스템으로 교육된 엔터테이너들이 탄생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세상에서 나는 앨범 자켓디자인을 하고 녹음에 믹싱, 마스터링에 참여를 하고 의상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메이크업을 손수 하기도 해보고, 박카스를 사들고 직접인사를 다녔던 아날로그적인 옛날 방식의 나의 행보에는 알맹이가 있어 심지가 더 잘 타오르는 촛불이 되고 있다.

모든 과정을 경험하고 해보면서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주인 의식을 갖게 됐고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을 갖게 되기도 했다.

오디션에서 떨어진 여주인공에게 친구들이 파티에 가자며 하는 말. ‘항상 예쁘게 하고 다녀. 누가 너에게 날개를 달아줄지 몰라’ 귀에 쏙 들어온 이 대사는 늘 엄마가 내게 한 얘기였으니.

시대와 공간, 인종도 초월해 예술인들의 고뇌는 비슷하다고 느꼈던 라라랜드. 불안한 미래와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두려워 마라 이야기하고 싶다. 왜냐고? 누군가 내게 그랬어. 경쟁자가 내 앞에 있을 땐 기죽지 말라고. 걔도 팔 두 개, 나도 팔 두 개. 걔도 다리 두 개, 나도 다리 두 개. 똑같다 이 소리다. 안 되는 것 없다. 부딪혀라. 해 봐라 이거다. 꿈의 도시 ‘Seoul Land’로 오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