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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희의 팔도유람기]경기도 하남시 편-여름과 맞서는 그녀의 처세법

기사 등록 2017-07-0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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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동규기자] 이번 편은 경기도 하남시편. 연일 폭염과 반가운 장맛비로 울다 웃다하는 하늘덕분에 가만히만 있어도 맥을 못 추는 날씨인데 그녀의 대답은 간단했다! 태양과 ‘맞짱’ 뜨고 비 내리면 비 맞는 건강미녀의 여름나기! 그녀의 처세법을 들여다보자.

팔도아가씨의 입장으로서 뉴스를 보다보면 마음이 아프다. 나의 출퇴근길인 푸르러야할 논바닥이 우리할아버지 발뒤꿈치처럼 쩍쩍 갈라진 영상을 보고 ‘우짜노 우야꼬 어뜩하노!!!’ 혀를 찬다. 시골 고향땅에 땅콩 농사짓는 지인에게 전화를 건다. ‘아이고 오빠 어무니 땅콩밭 우짭니꺼? 그러게 비가 좀 와야 쓰것는디... 땅콩 난중에 태희가 양껏 가져 가라잉~’ 그렇다. 한볼탱이 얻어 먹을 수 있기에 그 땅콩밭이 마치 남일 같지 않았다. 비가 와야 되는데.

돌아서 명곡 잃어버린 30년을 개사해서 흥얼댄다. 비가 오나 가뭄이 오나 바람이 부나 ‘내는 고마 노래하러 가야한당께’ 먹어야하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여름을 나기 위해서 저 태양과 ‘맞짱’ 뜨기 위해선 먹어야 한다. 입에다 낙지 한 마리 던져주면 벌떡 일어나 열심히 밭갈이하는 예쁜 황소가 돼야제 명분있게 한 뚝배기 하고 일터로 나선다.

전통가요 트롯가수들이 설 무대가 없다고 하는데 그중 몇 안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 바로 베스트 가요 ! 경기도 하남시 문화 예술의 전당 오늘은 하남으로 쏘러간다!

아이돌 가수만 출근길 포토 존이 있나? 등장 하자마자 달려드는 아줌마 아저씨 팬들의 하이파이브 ‘셀카’요청에 몸살(?)을 앓는다. 하 이런걸 사람들이 알아야 되는데 아쉽네 쩝. 숨어있다 나타났다 다시 숨는 팬들. 뭐여? 뿅망치 두더지 팬들인겨~ 어디 한번 싹 다 모아 봐야 겠구만.

평소 이국적인 외모며 허스키하고 쏘울 충만한 음색이 매력적인 선배, 혜신언니가 MC 보는 프로그램이라 리허설이 마친 후 곧장 전화를 한다. ‘태희야 왔지 언니 올라갈게’ 보자마자 몸이 먼저 반응하는 듯 이 큰 동상 매달리고 안기고 반갑다고 난리다.

대기실에서 한바탕 대폭소를 터트린다. 처음 본 가수님들도 재밌다고 난리다. 음료도 내주고 경쟁의식보다 훈훈한 동료의식으로 점심 값도 나눠 먹는다. “아이고 어디서 오셨어요? 포도송이 머리 이쁘게 하고 오셨네요” 꽤나 신경 써서 준비한 모습에 어떡해든 기분 좋은 피드백으로 자신감 충만한 무대 되시라 후배의 사탕발림이 시작된다.

“태희씨 실제로 보니까 훨씬 애기얼굴에다 딱 보기 좋아요” 그렇다, 나는 몰라도 나를 아는 선배님들이 꽤나 많았다. 늘 겸손해야하는 이유다. 강한 야욕을 들어내는 새내기들도 있지만 안 그런 새내기도 있당께~

왠지 MC 언니 옆에있음 대우가 다를거란 생각에 붙어 있응께 초밥에다 치킨에다 고급간식과식사가 줄기차게 들어온다.

“언니!! 역시 내가 엉댕이가 안 때지더라니 촉이 왔어!” “태희야 다 먹고가~” “너 왜이렇게 하얘~뽀얗다” “하하하 까망 혜신하고 안 겹칠라고 안 태웠지 잘했지^^~” “내는 노래하러가서 가수님들 뵈면 무대에서 모습도 중요하지만 대기실에서의 표정이 더 뇌리에 남더라고. 이런 시간이 더 즐거워 대기실에서의 표정과 무대에서의 표정이 일치하는 분들이 호감형이었어 대체적으로.

똑똑똑 “장태희씨 여기 있어요?” 시커먼 눈썹 잔뜩 선 선생님이 다급한 호출! “너 이 녀석 무대 다음 순서야, 전화는 왜 그리 안 받니 못 산다!” “언니 나 노래하고 올께!!! 하하하하”

화난 앵무새로 돌변한 선생님의 호출을 뒤로 하고 까르르 웃으며 시원하게 쏘러 나갔는데 해피바이러스 ‘흥신 춤신’ 대한민국 최강래퍼 현태오빠랑 한바탕 노래하니 관객은 술렁인다. 오늘 무대반응이 좋아 선생님의 화난 눈썹이 가라앉자 있었다.

아이고 너는 그래 사람을 좋아해서 어쩌니 무대 전에는 긴장하고 있어야지, 오늘 잘했다 그렇게 신나게 너 있는 그대로 하면 된다. 실제로 노래를 하다 터져 나온 웃음에 웃음 소리가 묻혀진 적도 많았다.

요즘 신사동 가로수 길보다 더 핫한 나의 아지트 바로 종로3가!! 여기선 내가 ‘퀸’이라구!! ‘지공남’ 지하철 공짜 남들이 가득한 이곳. 나 종로3가 슬리퍼신고 누비는 여자 탑골 공원서 혼자 돼지바 맛나게 먹는여자~!

피아노 반주에 부르는 전통가요, 평생을 음악에 인생을 바친 스승님과 그 큰 그림자에서 한수 배우길 귀한시간을 갖는 큰 애기.

그곳엔 인간문화재 기막힌 삶 질펀하게 살아내신 인생문화재 선생님들이 가득하다. 바로 그들의 이야기 아주 깊고 아주 진한 열정의 마지막 불꽃, 그것이 보물이고 이곳이 보물섬이다. 선생님이 9등신 조각미남이라 그런지 어째 사진이 저녁 먹고 산책나선 신혼 부부 같이 나왔습니까. 태희는 참 장난꾸러기다! 제자의 농담에 인자하게 웃으신다.

“선생님!! 시원한 막걸리 한잔 올립니다. 한잔 받으세요” “태희야 나는 막걸리 말고 청하로 하겠다. 아하 네!” 취향 다른 사제 간의 저녁이다.

선배님 지인의 농장에 작년에 이어 2년째 찾아뵙는 블루베리 농장 체험, 블루베리를 따며 뽕따러 가세를 부르니, 뽕은 오디이고 오디는 블루베리 사촌처럼 닮았으니 어디든 노래 한 소절 터져 나오니 천상 예술인이 맞구먼.

망울망울 매달린 열매를 보니 농사진 거 가격가지고 절대로 비싸다 생각하면 안되겠다 생각했다. 인심 좋은 주인 사모님의 음식솜씨에 반해 주방에서 사모님과 옆집 이사 온 새댁이 마냥 수다를 늘어놓는다. 그 아가씨 정이 간다며 따로 상큼하게 맛난 블루베리를 따로 더 챙겨 주셨다.

헌데 작년에 봤던 강아지 복덩이가 안보여서 여쭤 봤더니 앞집 개한테 당했다고. 주인 아저씨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니, 비통한 표정을 지으시며 말을 흐리신 걸 보고 반려견은 가족이상의 의미가 있단 걸 눈으로 실감했다.

깜상이라도 살아있어 다행이지만 나이가 있어 걱정이라는 사모님과 줄기차게 이야기 꽃을 피웠고, 꼭 다시 만나자 카톡을 주고 받았다.

내년에 왔을 때까지 깜상이 살아 있어야 하는데.. 직접 수확한 블루베리를 한 아름 들고 한알 한알 먹을 때마다 사모님과 사장님의 건강한 미소가 떠올랐다.

다 지나간다더니 가뭄도 지나가려나 오후 늘상 걷는 한강산책길에 느닷없이 비가 쏟아져 비를 맞으며 뛴다. 뛰다 멈춰 생각한다. 이왕 젖은 거 조금 맞을 바에 많이 맞는게 낫다. 어차피 젖은 거니까 그렇게 예쁜 꽃을 바라보다 비를 맞고 있는지도 몰랐다. 살아가며 이렇게 예쁜 꽃처럼 예쁜 인연을 마주하기를, 촉촉히 젖든 흠뻑 젖든 젖는 건 젖는거야. 이 비는 지나가는 비야. 인생이 빗길에 꽃길도 같이 있으니 사랑의 마취제 행복의 진통제 그려.

대지만 충만히 비름 머금은 게 아니었나, 간밤 꿈에 멋진 절이 나와 생각해보니 3년 만에 찾아온 윤달의 시기였다. 2017년 6월24일부터 7월22일까지, 부정을 타거나 액운이 끼지 않는 달이라고 집수리 이사 산소이장 결혼날짜 부모님 수의 관등 액이 끼지 않는 무탈한 달로 알려져 있다.

다음날 언니와 함께 서울도심 봉은사를 찾았다. 윤달 삼사순례 3곳의 사찰을 순례해 자신의 액운과 죄업을 씻으면 복이 온다는 설이 있다. 백화점 입구에서 만나자는 언니의 문자 메시지에 일부러 제일 후진 옷을 입고 나간다.

언니는 보자마자 옷이 그게 뭐냐며 같이 다니기 챙피 하다고. 백화점 세일 할인코너를 바삐 스캔한다. 세일 폭이 제일 큰 옷으로 당첨, 미리 생일선물이라며, 매장 매니저는 우애가 좋다며 부럽다고 하는데 나는 얘기한다. “일부러 한벌 언니한테 얻어 입을라꼬여 제일 이상한 거 입고 나왔어요” 성공! 동생분 너무 재치 있다며 본인도 꼭 써먹겠다고 한다. 얄팍한 속셈 이였지만 동상의 애교이니 사람 사는 재미다.

새 옷 입고 부처님 뵈러 출발.

도심 속에 이렇게 멋진 절이 있다. 삼성동 봉은사 한동안 절을 못 왔는데 꿈에 나와 이리 좋은 날짜에 오게 되다니 입구서부터 꽃중의 꽃 연꽃이 먼저 반긴다.

강남이 개발되기 전까지 봉은사 주변은 허허벌판 논밭이였고 한양에서도 배를 타고 가야하는 오지와 다름이 없었다고 하는데 1960년대 까지만 해도 봉은사 주변에다 말죽거리의 1만평 논까지 합쳐서 10만평에 달하는 땅도 갖고 있었다고 하니, ‘도심에 절이 들어선 게 아니라 절터에 도심이 들어온 격이다’

세상이 변한거지 늘 그자리 지키는 내가 변할쏘냐, 그래서 사랑도 우정도 추억도 잊은 망각의 범인은 세월이라고, 나는 변하지 않았다고 세월 탓 세상 뒤에 숨는 비겁하고 얕은 사랑이라 생각이 든다.

두손 모아 기도하고 바닥에 머리를 댄다. 감사와 겸손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그 간절한 기도의 염원 저 등불 속에 수많은 삶의 이야기 저 불빛처럼 누군가에게는 기다리고 기다렸던
저 밝아오는 새벽이... 이별이 아니기를 저 마다의 사연의 등불이겠지.

보내드린 등불 뒤에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추억을 밝힐 희망의 등불이길 진정으로 마음이 동요해서 지척에 있는 절을 두고 백리천리길을 찾아 나섰었나, 알맹이 없이 살았구나... 내가 느끼고 가야 하는데 타인에 의해 표면적이게 허상이었다.

절은 절터에 그 자리에 있었다. 진심으로 절실이 다가가지 않았다. 진심과 진심이 통해야 진정성이 있는데 신을 대하는 마음이 진실하지 않았는지도.

저 빌딩이 높나, 저 나무가 높나지만 둘 다 필요하다. ‘힐링’하게 하는 사람, 현실적으로 살게하는 사람. 철학적이야 ‘심플’해야 살기 편한데 존재의 의미를 많이 생각해.

충만하게 섬세했던 감성이 규격화된 대중예술의 터전에서 기술자가 되어가는 마냥 퇴색됐던 것인지, 대중의 귀를 홀리려 했나 ‘삑사리’가 난다. 나의 주파수와 방송국의 주파수.

한발 내딛으니 삐걱대는 소리에 법당의 마룻바닥을 보니 그게 인간사는 소리라 생각이 들어 삐걱 삐걱대면서 딛고 딛다보니 맞물려 지나봐.

소리없는 길이 어디 있을까? 지금 지금 흙길, 자박 자박 빗길, 달그락 달그락 돌길, 자갈길
하늘 나는 새들도 하늘 길에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니 말이다.

두 발로 걷고, 두 손으로 행하고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고 입으로 얘기하는 인간은 얼마나 많은 소리를 내고 사느냔 말이다. 양손을 곱게 모아 기도하듯 아랫 입술 윗입술 곱게 다물어 또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본다.

뭐가 보일까? 세상 만사 사람들을 통해 비춰 지는 세상만사 세상천지 수많은 나의 모습이다. 날 바라보는 그 사람들의 모습과 표정은 곧 나의 거울인 셈이다.

세상을 일일이 어찌 다 바꿀 수 있을까? 나 하나 바꾸면 되는 것을, 기도를 마치고 법당을 나오는 데, 포대기에 엎힌 갓난 애기와 눈이 마주쳤다. 애들이 이쁜걸 잘 안다니까하며 ‘빵긋’웃었더니 더 빵긋 웃는다.

내가 찡긋했으면 따라서 찡긋 했으려나 윤달에 찾은 절에서의 발걸음은 거침없이 내달렸던 팔도유랑에 커다란 쉼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