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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군함도' , 배경과 사건이 아닌 '사람을 통한 메시지'

기사 등록 2017-07-20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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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슈데일리 허재성기자]과거에 멈춰버린 군함도, 침묵을 지키며 역사를 외면 했던 작은 섬이 초대형 스케일의 영화로 탄생했다. 영화 '군함도'는 절망적인 시대, 지옥같은 배경 속 인물들을 현재로 끌어내 모질고 아픈 역사를 담아내고 메시지를 던진다. 과연 '군함도'는 과거의 우리를 통해 지금 혹은 앞으로의 우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을까.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작품은 실제를 다루지만 역사적 사실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진행시키지는 않았다. 오히려 ‘실제’라는 밑바탕에 ‘만약’이라는 가정을 넣어 이야기를 전달한다. 때문에 고증된 사실이나 사건보다는 인물들의 관계나 감정에 초점을 집중하게 된다.

이야기의 진행 요소가 인물에 있는 것은 ‘군함도’의 멀티캐스팅과도 관계가 있다. 같은 공간 속에서 각자의 사연을 지닌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은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있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된다.

▲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황정민이 분한 이강옥은 권력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경성 반도호텔의 악단장으로 타고난 순발력과 눈치로 힘 있는 자들에게 굴복하고 살아갈 방도를 찾아가는 인물이다. ‘천왕폐하 만세’를 외치며 ‘자신은 다른 조선인들과는 다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는 지금껏 일제와 관련된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캐릭터다. 이강옥이 ‘군함도’를 통해 변화하는 가장 주된 원인은 바로 그의 딸 이소희(김수안 분)에게 있다. 이강옥의 딸에 대한 헌신은 마치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로베르토 베니니)의 로베르토 베니니를 연상시킨다. 그가 권력에 굴복하는 이유와 ‘천왕폐하 만세’를 외치는 이유 역시 그의 딸 소희 때문. 딸을 지켜야한다는 아버지의 마음이 군함도를 뒤바꾸며 후에는 그의 작은 움직임이 군함도를 움직인다.

▲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소지섭 분)과 갖은 고초를 겪으며 독하게 변해버린 여자 오말년(이정현 분)은 첫 만남부터 ‘쌈박질’로 시작한다. 최칠성은 조폭 출신답게 거친 성격을 가지고 있고 꽤 잘나갔던(?) 과거의 이력 때문인지 일본의 권력에도 당당함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영화 초반 그가 보여준 당당함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국한 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는 군함도에 갇힌 조선인들 사이에서 ‘오야붕’으로 자리 잡고 그들을 이끄는 것이 아닌 그들을 이용한다.

▲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송중기의 박무영은 언뜻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을 떠올리게 되지만 정작 캐스팅 당시는 드라마가 반영되기도 전이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영화의 등장하는 그의 ‘멋짐’은 순전히 그가 본연으로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는 것. 하지만 정작 송중기가 생각한 박무영은 ‘멋짐’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박무영은 광복군 소속 OSS 요원, 즉 군인이다. 뛰어난 능력으로 군에서 인정받아 임무를 받고 ‘군함도’에 잠입한 그에게 전부는 오직 임무다. 임무 외에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군인이며 그의 사명이, 그렇기에 누구도 무영을 비난할 수 없고 그 역시 그것을 옳은 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옥에서 조차 죽어가는 조선인들을 보며 조국과 민족을 위했던 그의 신념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는 군인으로서가 아닌, 임무가 아닌, 인간으로서, 본능에 따라 민족과 조국을 이끌고자 결심한다.

그동안 살아남기 위해 굴복했던 조선인들의 생각은 의지로 바뀌고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 이는 민족을 또 조국을 위해서가 아닌 인간 본연의 욕망에서 비롯됐다는 것. 이처럼 군함도의 모든 인물들은 서로에게 얽히며 잊어왔던 감정을 느끼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늘 같은 조선인들에게 핍박받아왔다”, 작 중 말년의 이 대사는 이 영화의 전부를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민족의 아픈 역사가 아닌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연의 모습. 류승완 감독은 이를 두고 “가장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언급했다. 마치 강인한 기개로 조선인들을 이끌 것만 같던 최칠성이 화살의 방향을 조선인으로 돌리고 자신의 편의를 위해 약자를 지배하는 인물로 그려진 것처럼, 조선인을 고문하고 핍박하는 사람이 모두 권력에 억눌린 조선인들의 짓인 것처럼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 그 자체가 아닌 그로인해 뭉개진 인간성과 민족에, 조국까지 배신한 인간 본연의 모습은 아닐까.

그러나 “희망과 소망을 담고 싶다”고 전했던 류승완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단지 드러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인물을 통해 인물을 움직이고 그 움직임은 군함도를 넘어 민족과 조국을 바꾼다. 두려움과 굴복이 인간의 본연에서 피어난 감정이라면 용기와 신념 역시 그와 같다. 위기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던 조선인들은 이제 군함도 벽 너머에 있는 같은 곳을 바라본다. 26일 개봉.

허재성기자 wwsw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