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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쌈 마이웨이’ 송하윤 “제 이름보다 역할 이름이 더 알려졌으면”

기사 등록 2017-07-2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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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설희로 살면서 행복했어요.”

큰 눈망울에 촉촉하게 눈물이 맺혔다. 송하윤은 아직 설희의 옷을 입고 있었다.

송하윤은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쌈 마이웨이’(극본 임상춘, 연출 이나정‧김동휘)에서 김주만(안재홍 분)의 여자친구이자 홈쇼핑 회사의 계약직 상담원 백설희 역을 열연했다. 설희는 군인, 학생, 취준생까지 주만의 뒷바라지를 해왔다. 주만이 버는 돈이 아까워 뭐 하나 사달라는 것 없이 스스로 ‘짠순이’가 됐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기에 시청자들은 설희를 보며 공감했다. 6년간 사랑을 이어오면서 ‘장수커플’로 불렸지만, 주만의 가족들에게 무시당하고 결혼 앞에 망설이는 모습을 그려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쌈 마이웨이’ 종영이 아직은 실감나지 않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슬로우파크에서 만난 송하윤은 “설희로 살면서 행복했다. 너무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만 남아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캐릭터와) 따로 분리되지 않았던 적은 처음이에요. 예전에는 따로 연기한다는 느낌이 컸어요. 촬영이 없는 날이면 공허하고 외로움을 느꼈는데 이번에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답니다. 스트레스도 없었어요. 촬영하면서 많은 감정을 쓰다 보니 힘든 부분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것 같아요.”

많은 이들은 송하윤에게 말한다.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고. 그만큼 설희 역과 송하윤은 ‘찰떡’같은 싱크로를 자랑했다는 말이 아닐까. 자신과 비슷한 면이 있어 연기하기 편했다는 송하윤은 처음부터 설희가 어떤 역할보다 다르게 읽혔다고 한다.

“설희의 성격은 한 단어로 말할 수 없는 매력이 있어요. 아이 같은데 누구보다 넓은 마음을 가졌죠. 어리바리한데 굉장히 똑순이에요. 2% 부족한 듯한 느낌이 읽는 저도 설희를 지켜주고 싶고, 아껴주고 싶었던 느낌이 컸죠. 전체 시놉시스를 읽으면서 읽는 내내 희망과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설희를 만나고 나서 다른 세상이었던 것 같아요.”

▲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서 송하윤은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 주오월 역을 연기하면서 ‘오월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대중들은 송하윤이란 이름을 기억하기보다 오월이란 이름으로 기억한 것. 송하윤은 인생 캐릭터를 갱신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수줍은 듯 미소를 지었다.

“주변에서 캡처를 보내주시거나 얘기해주셨어요. 연기할 때는 그런 것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맡은 역할로 살고 있는데 외부환경의 이야기를 들으면 흔들릴 수 있겠더라고요. 악플을 만나게 되면 잘 해야 하는 긴장감이나 힘이 생겨요. 뭐랄까. 근육이 뭉치는 느낌이 들어서 힘을 빼야하는데 힘을 주고 연기하기도 하죠. 칭찬을 들으면 편해지고, 풀어지는 위험성이 있는 것 같아요. 최대한 역할에 몰입하고, 상대배우와 의논하면서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인생 캐릭터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극 중반, 설희와 주만이는 오해로 인해 결별이란 아픔의 시간을 보냈다. 주만이는 설희에게 용서를 구했지만 설희는 달라졌다. 아니, 조그마한 부분부터 자신을 변화시켜갔다. 주만이가 좋다는 이유로 갖은 수모를 견딘 설희가 아니었다. 누군가는 겪었을 법한 일이기에 두 사람의 이야기는 보는 이들의 머리를 끄덕이게 만들었고, 가슴 아프게 했다. 결국 설희는 주만이의 마음을 다시 받아주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맺음 됐지만.

“설희 입장에서는 절대 헤어질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아팠지만 더 사랑으로 노력했겠죠? 많은 분들이 답답해할 수도 있는데 저는 그런 생각이 안 들었어요. 설희가 말을 안했던 건 사랑하는 그의 배려죠. 저의 배려와 그의 배려가 만나면 우린 조금 다르게 갈 수 있다는 알 수 없는 믿음이 있었어요. 설희는 배려심이 깊어요. 어떻게 보면 답답할 수 있지만,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 전달하자는 마음이 컸습니다.”

송하윤은 연기를 할 때 온전히 작품 속 인물이 됐다. 그래서 그 인물의 옷을 벗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오월이 때도 그랬고, 영희(KBS2 TV소설 ‘그래도 푸르른 날에’) 때도 그랬다. ‘쌈 마이웨이’ 설희를 묻자 “느낌이 다르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오월이나 영희 때는 시간이 걸렸어요. 너무 많은 감정을 써서 그런지 담아내고 풀어야할 숙제가 많았죠. 설희는 느낌이 달라요. 32살 송하윤의 시간 중 일부분인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설희가 제 시간이었던 것 마냥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시간을 살았다는 느낌이죠. 이 작품 끝나고 ‘이렇게 연기할 수 있구나, 살아지는구나’를 처음 경험해봤어요. 다음 작품을 만나는 마음도 조금 바뀔 것 같아요.”

▲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송하윤은 설희를 연기하면서 하나의 ‘숙제’ 같았다고 밝혔다. 연기를 하면서 만들어놓은 숙제를 풀었다고.

“매 신이 아쉬웠어요. ‘왜 이렇게 밖에 연기를 못하지?’라고 처음엔 자책도 많이 하고 대본도 계속 보곤 했죠. 재홍씨랑도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중후반부터 그게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서로 눈을 보고, 교감하는 게 중요했죠. 원래 알고 있었지만 더 많이 느꼈어요. 감정선이 종이 한 장 차이더라고요. 조금이라도 잘못 표현되면 신이 다르게 표현될 수 있는 예민한 신들이었어요. 더 많이, 서로 보려고 했죠.”

60분의 시간동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은 송하윤은 설희 그 자체였다. 약 4개월의 시간을 설희로 보내면서 뭉클했던 순간이 언제였냐고 묻자 눈시울을 붉혔다.

“극중 주만이네 돌잔치에 갔던 신이요. 엄마가 주만이에게 화내듯 문자를 썼다가 지우는 장면이 있어요. 그 부분은 대본을 보다 덮었어요. 너무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또 주만이랑 헤어진 것을 알고 ‘이제는 널 위해 살아’라는 대사도 기억에 남아요. 그날도 선배님이랑 눈만 마주치면 눈물이 났었죠.”

올해 32살을 맞은 송하윤에게 ‘쌈 마이웨이’는 16권의 좋은 책 한 권을 읽는 듯하다고 했다. 읽으면서 위로가 됐고, 힘이 된 것. 알 수 없는 용기와 에너지가 생겼고 다른 이들에게 전해줘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겼다고 한다. ‘작품이 끝났다’가 아니라 ‘32살의 송하윤의 시간’이 설희를 통해 표현된 것이다.

귀를 기울여 듣는다는 ‘경청(傾聽)’. 송하윤은 경청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의 반복을 통해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그리고 그 에너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힘. 송하윤이 인터뷰를 통해 전한 메시지는 듣는 이들의 가슴 깊은 곳을 울리게 만들었다. 송하윤의 행보가 기대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가 아닐까. 32살의 송하윤이 꽃 피울 또 다른 연기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행복하기만 하면 행복이 뭔지 모른대요. 상처도 알고 아픔도 있어야 행복을 얻는다더라고요. 저는 제 이름이 알려지기보다 역할로 잘됐으면 해요. 송하윤이란 이름보다 캐릭터가 중요한 것 같아요. 배우는 작품을 보는거니까요. 인생이 다사다난한 캐릭터를 만나는 건 ‘왜하냐’가 아니라 천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때 아팠기 때문에 조금 더 단단해진 설희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